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환자 모니터링 시장에서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응급 상황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느냐다. 병원, 특히 상급종합병원에 들어가기 위한 진입 조건에 가깝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얼마나 많은 바이탈을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느냐가 시장 확장의 기준이 된다. 이 두 가지 핵심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결국 시장을 재편할 것이다.”
28일 강원도 원주 메쥬 R&D센터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박정환 메쥬 대표는 국내 환자 모니터링 시장이 다시 한 번 구조적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내다보며, 그 중심에 메쥬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 대표는 “과거에는 병원에서 ‘이걸 왜 써야 하느냐’는 질문을 먼저 받았다면, 지금은 ‘이걸 쓰면 얼마가 나오느냐’를 묻는다”며 “그만큼 환자 모니터링이 기술 실험 단계를 지나 사업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누가 먼저 시장에 들어왔느냐보다, 어떤 기술로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느냐의 경쟁이 시작된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메쥬는 기술특례 방식으로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최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며, 환자 모니터링 시장에서도 씨어스와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메쥬는 환자 모니터링 기술과 제품 개발만 놓고 보면 국내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출발한 기업 가운데 하나다. 박 대표는 “이동형 원격 환자 모니터링이라는 개념 자체를 굉장히 이른 시점부터 고민했고, 실제로 규제자유특구 사업을 통해 현장 실증까지 진행했다”고 말했다. 강원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에서 등산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증 사업에서는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기존에 인지하지 못했던 부정맥 환자를 발견한 사례도 있었다.
그럼에도 메쥬의 시장 진입 시점은 씨어스보다 늦었다. 박 대표는 그 이유를 기술이 아니라 제도와 시장 환경에서 찾았다. 그는 “당시에는 원격 모니터링 자체가 제도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영역이었고,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병원 수익 구조가 급격히 악화됐다”며 “병원들이 새로운 장비를 도입할 여력이 거의 없던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기술은 준비돼 있었지만,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상황을 바꾼 것은 씨어스가 제시한 수가 전략이었다. 씨어스는 병원에 장비를 먼저 설치하고, 이후 발생하는 수가를 병원과 나누는 방식으로 국내 환자 모니터링 시장을 빠르게 확장했다. 박 대표는 “이 모델을 통해 병원들이 ‘이게 실제로 돈이 된다’는 걸 확인했다”며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이후에는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메쥬 역시 현재는 씨어스와 동일한 수가 코드를 적용한 수가 쉐어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병원 입장에서는 초기 도입 비용 부담 없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병상 수가 늘어날수록 매출이 자연스럽게 커지는 구조”라며 “국내에서 이 모델이 작동한다는 점은 이미 확인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동아에스티의 영업·마케팅 역량이 더해지면서 병상 도입 속도가 본격적으로 빨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의료기기는 결국 병원 현장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동아에스티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전반에 걸친 영업 네트워크와 경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쥬의 기술과 제품 경쟁력에 동아에스티의 영업력이 결합되면서 병원 도입 논의의 속도와 깊이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기술의 출발선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대표는 “메쥬는 흔히 말하는 ‘홀터’에서 출발한 회사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홀터는 일정 기간 심전도 데이터를 기록한 뒤 검사가 끝난 후 의료진이 분석하는 사후 진단용 장치다. 실시간 감시나 즉각적인 대응이 목적이 아니라 기록과 분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 대표는 “홀터는 검사용 장비이고, 우리가 만드는 것은 환자감시장치”라며 “겉으로는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의료 현장에서의 역할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홀터는 데이터를 모아 나중에 보는 장비지만, 환자감시장치는 지금 이 순간 환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고 바로 대응하기 위한 장비”라고 설명했다.
이 차이는 응급 환경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메쥬의 주력 제품 하이카디(HiCardi)는 제세동기(AED) 충격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검증을 마쳤고, 환자감시장치로서 필요한 인허가를 확보했다. 일반 병동이 아닌 응급병동이나 중환자실까지 적용이 가능하다. 박 대표는 “같은 패치처럼 보여도 응급 환자에게 실제로 쓸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급종합병원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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